복음묵상

[스크랩] <더불어 함께> 2014. 11. 04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상지종신부님의 복음 묵상

별osb 2014. 11. 4. 15:42

<더불어 함께>

2014. 11. 04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루카 14,15-24 (혼인 잔치의 비유)

그때에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그분께,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였다. 그리고 잔치 시간이 되자 종을 보내어 초대받은 이들에게,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오십시오.’ 하고 전하게 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다른 사람은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였다. 또 다른 사람은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하였다. 종이 돌아와 주인에게 그대로 알렸다. 그러자 집주인이 노하여 종에게 일렀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얼마 뒤에 종이, ‘주인님, 분부하신 대로 하였습니다만 아직도 자리가 남았습니다.’ 하자, 주인이 다시 종에게 일렀다. ‘큰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함께>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시는 매일 매일의 삶이라는 잔치에 함께 하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 하루도 기쁘게 이 잔치를 즐기셨는지요. 누구와 함께 이 잔치에 함께 하셨는지요.

곰곰이 돌아보면 오늘 하루도 참 많은 벗들을 만났을 것입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벗들도 있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떠올린 벗들도 있고, 기도 중에 기억한 벗들도 있을 것입니다. 분주한 일상 가운데 잠시 스쳐 지나갔던 낯선 벗들도 있었겠지요. 이들 모두가 우리 각자에게는 소중한 벗들일 진데, 그들을 만나고,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얼마나 진심으로 함께 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삶의 힘겨움과 슬픔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음만으로도 위로와 용기를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친구의 슬픔과 고통은 함께 하는 친구를 찾을 수 있게 만든 삶의 아름다운 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누려는 친구에게 삶의 분주함을 이유로 손사래를 친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친구의 기쁨은 등 돌린 친구를 바라봐야하는 씁쓸함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온 마음과 온 몸으로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기보다, 함께 할 수 없는 부질없는 이유를 찾아서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열 가지의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보다, 함께 해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나와 너를 갈라 세우며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벗들의 삶마저도 메마르고 각박하게 만들 뿐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어 다른 이에게 아무 것도 내어줄 수 없다하더라도 그저 마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사람은 살맛나는 세상을 일구어가는 이들입니다. ‘더불어 함께’가 바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매일 매일의 삶이라는 잔치를 여시고, 당신과 함께 하자고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 이 잔치에 많은 벗들을 함께 초대하시고, 바로 이 벗들을 통해 당신과 함께 하자고 부르십니다. 딱히 무엇을 드릴 것이 없어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벗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냥 기쁜 마음으로 진심으로 함께 이 잔치를 즐기면 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안산 와동 일치의 모후 성당
글쓴이 : 별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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