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리스도인이라면> 2014. 11. 07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상지종신부님 복음 묵상
<그리스도인이라면>
2014. 11. 07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루카 16,1-8 (약은 집사의 비유)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수많은 세상 사람들이
세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며
제 배를 채우고
쫓겨난 후를 대비하여
제 멋대로 빚 문서를 조작하는
불의한 집사처럼 말입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나라에서 살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기보다
세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십자가를 버리고 자신을 채웁니다.
제 살 길 찾기에 영악한
불의한 집사에 대한 주인의 칭찬은
하느님나라에 살기 위해서
깨어 준비하고 영리하게 행동하라는
그리스도인을 향한 다그침인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불의마저 용납할 수 있다는
너그러움으로 받아들이나 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렇게 이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이라면
불의한 집사에 대한
주인의 칭찬을 들으며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떠올릴 것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불의한 권력에 대한 굴종도
약한 이에 대한 무자비함도
검은 뜻 감춘 비겁한 웃음도
동정을 갈취하려는 거짓 울음도
부끄럼도 아랑곳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세상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보다
더욱 힘차게
더욱 치열하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생명을 보듬는 열정과
정의를 향한 투신과
진리에 대한 항구함으로
하느님나라를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