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7일 오후 08:37
걱정된다!!!
.가톨릭대 학생, “경비노동자 부당해고 사과하라” 고공 단식농성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발행시간 2014-11-17 11:15:13 최종수정 2014-11-17 13: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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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가톨릭대 학생이 학내 경비노동자 해고문제 해결에 대해 '총장과 추기경이 나서 해결'하라며 정문위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부천 카톨릭대 학생 제공가톨릭대학교 성심캠퍼스 학생이 학내 경비노동자 해고 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고공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가톨릭대 최희성(25)군은 17일 오전 10시께 약 5미터 높이의 학교 정문 앞 기둥에 올라가 총장과 추기경에 경비노동자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 학교 법인인 '가톨릭학교' 이사장이다.
최군은 ‘추기경은 부당해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 ‘진짜 사장 추기경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군은 농성 직전 장문의 입장문에서 이 같은 요구안과 함께 학내 경비노동자 해고 사태의 경위와 심경을 밝혔다.
그는 “지난 여름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는 무인 경비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명목 하에 경비노동자들이 집단해고되는 일이 자행됐다. 그들이 특별한 잘못을 한 것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다만 무인 경비 시스템이 그들을 대신할 것이니 더 이상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실은 그 어떤 변명을 갖다 붙인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여러분 앞에 어떤 변명도 내놓을 수 없다”고 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최군은 “그 뒤로 학교가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풀려간다는 패배감을 지워버리고 싶어 쥐 죽은 듯이 지내왔지만 인간이기에 결코 이렇게 꼬리를 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 없다”며 “이제부터는 학교에도 말을 건네야겠다”고 농성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인간의 범주가 고대 그리스처럼 노예를 제외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가 노예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자도 당연히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면서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윤리적 리더 양성을 주창하는 가톨릭대가 말하는 윤리라는 것이 이웃의 고통에 눈 감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마땅히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군은 지난 여름 총장과 추기경에게 경비노동자 해고 문제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말을 전하려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언급, “부당해고가 잘못됐다는 상식적인 것을 이야기하면서 더 이상 죄 지은 듯이 빌지 않겠다. 예수가 그러했듯 이제는 당신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 나는 내 목숨을 걸겠다. 학교는 무엇을 걸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가톨릭대는 지난해 말 ‘에스원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을 추진키로 했고, 올해 7월 무인 경비 시스템 준비 공사에 돌입하면서 경비노동자 계약해지 절차를 진행했다. 학교 측은 지난 10월 말 무인 경비 시스템 공사를 완공할 때까지 총 13명의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
다음은 최군이 농성에 돌입하면서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가톨릭대 경비노동자 지지모임에서 활동 중인 일어일본문화학과 10학번 최희성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기는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사과 드립니다. 첫번째는 학내 노동자분들께, 두번째는 학우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지난 여름,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는 무인 경비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명목 하에, 경비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되는 일이 자행되었습니다. 그들이 특별한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다만 무인 경비 시스템이 그들을 대신할 것이니 더 이상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가톨릭대 경비노동자 지지모임이 발족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변명하고 싶습니다. 단 세명이 이 일에 뛰어들었고, 학생들이 학교에 없는 방학이라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변명도 여러분 앞에 내놓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해고가 예정되었던 경비노동자 전원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이 사실은, 그 어떤 변명을 갖다 붙인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여러분 앞에 그 어떤 변명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뒤, 솔직히 이 일에서 손을 떼다시피 지냈습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같은 학내 구성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을 잊고 싶었고, 학교가 바라는대로 모든 것이 풀려간다는 패배감을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쥐 죽은 듯이, 학교에서 들리는 어떤 말에도 귀를 닫고, 한 학기를 그저 시간이 가는 대로 흘려 보냈습니다. 그러면 그냥 조용히 아무 일 없던 듯이 지내면 되지, 왜 또 이렇게 시끄럽게 구느냐고 질문하실 분들도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입니다. 이대로 도망치면,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날을 후회와 자책 속에 괴로워하며 발버둥쳐야 할 지 너무 무섭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 학교에 계셨던 분들은 혹시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11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당시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홍익대학교 청소, 경비노동자 불법 해고에 맞서 그들과 함께 홍익대학교에서 49일간 함께 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러는 동안, 학내 청소노동자들은 이렇다 할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나 많은 날을 후회와 죄책감 속에 지냈는지 모릅니다. 내 무관심이, 그들의 일터를 빼앗았다는 죄책감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꼬박 3년을, 지금도, 잊을만 하면 꿈에까지 쫓아와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올해 경비노동자 해고 사건은 또 얼마나 많은 날을 괴로워하며 지내야할 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너무나 무섭고 두렵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 집어 던지고 도망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기에, 그리고 인간이어야만 하기에, 결코 이렇게 꼬리를 말고 배를 드러내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수도, 주면 주는대로 받을 수도 없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그저 예산을 낭비하는 한낱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노동자에게는 학교가 일터요, 그들 삶의 터전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웃입니다.
이제부터는 학교에도 말을 건네야겠습니다.
가톨릭대학교는 인간 존중의 대학을 그 바탕으로 윤리적 리더 양성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의 교훈은, 진리, 사랑, 봉사입니다. 인간의 범주가 고대 그리스처럼 노예를 제외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가 노예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자도 당연히 인간으로서 존중 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대학교가 말하는 윤리라는 것이 이웃의 고통에 눈 감고 귀 감아 고상한 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마땅히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해야만 할 것입니다. 저는, 가톨릭대학교의 교훈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진리는 사랑이고, 사랑은 곧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 믿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저는 배운대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여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총장님을 만나뵈려 했으나 바쁘시기 때문에 만나뵐 수 없다는 답변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직접 이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 그분께 이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 의사를 여쭙고 싶었으나, 그분은 저희를 본 척도 않으시고, 저희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듯, 그저 투명한 공간처럼 취급하고 사라지셨습니다.
이제, 더이상 그분들께 만나달라고 사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분들께 매달리지 않겠습니다. 학생이 총장을 만나고 싶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부당해고가 잘못 되었다는 너무나 상식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그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재단 적립금 1천3백억원을 두고 돈이 모자라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이야기하는데, 더이상 죄 지은 듯이 빌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이제는, 총장님, 이사장님, 당신들이 저희를 먼저 찾아 오십시오. 교황님이 말씀하신대로, 예수가 그러하셨 듯이, 소외받고 있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찾아 오십시오. 오셔서 불법적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찾아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학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십시오. 이것은 2년 넘게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최소한의 법을 지키라는 이야기요,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입니다. 저는 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곳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생각이 없으며, 그 무엇도 먹고 마실 마음이 없습니다. 여러 현장을 거치며 깨달았습니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조차, 누군가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으면 단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학교는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요구안 1. 추기경은 부당 해고 노동자들에 사과하라!
요구안 2. 진짜 사장 추기경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고용해 정규직 전환하라!
2014년 11월 17일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일어일본문화학과 최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