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2014. 12. 03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 상지종신부님복음묵상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2014. 12. 03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마르코 16,15-20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사명을 부여하시다, 승천하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세상 한 가운데서 복음의 기쁨을 널리 전하고 계시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은 ‘가톨릭 선교활동의 수호성인’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입니다.
예수회 설립자인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를 따른 설립회원 일곱 명 가운데 한 분으로서 ‘인도의 사도,’ ‘일본의 사도’라고도 불리는 성인은 흔히 바오로 사도에 버금가는 위대한 선교사로 칭송을 받습니다. 인도, 말레이시아, 뉴기니, 필리핀, 일본, 그리고 중국 본토가 바라보이는 산첸 섬에 이르기까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은 수많은 위험과 역경을 딛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헌신적으로 수행하였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선교사를 기억하는 오늘, 우리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라는 예수님의 고귀한 사명을 온 몸과 마음으로 엄숙하게 받아들입니다.
하늘에 오르시기 전 예수님께서, 열 한 제자에게, 그리고 시대를 이어오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유언처럼 남기신 사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 세상에 가는 것”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우리는 편안하고 낯익은 ‘지금여기’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낯설고 척박한 온 세상으로 나가야 하며, 우리가 세상으로 나가는 이유는 다른 불순한 의도가 배제된 복음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세상에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그리스도인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마음의 평화 수준으로 만족하는 소극적 영성”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적극적 영성”을 지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교회를 “선택된 작은 그룹의 사람들만을 품을 있는 작은 경당”이나 그리스도인의 “미지근함을 보호해주는 어떤 둥우리”, 또는 “사교 모임” 정도로 축소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모두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에 가라는 부르심”(복음의 기쁨, 20항)에 두려움 없이 주저함 없이 기꺼이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나가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에 가서 종교를 등에 업은 세속적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와 폭력의 얼룩을 지우고 정의와 평화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교 신자 수를 늘리기 위한 개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과 나눔이 깃든 함께 하는 삶의 기쁨을 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 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복음의 기쁨, 14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모든 피조물에게 다가가 인간 탐욕의 희생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돌봄으로써 창조질서보전에 앞장서야 합니다.
세상, 사람, 피조물, 우리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기쁨을 나누어야 할 갈릴 수 없는 하나입니다. 이 가운데에서 “모든 피조물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시며 모든 피조물에 잠시 머물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맑은 눈을 주셨습니다.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깃든
신성(神性)을 바라보라고.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부드러운 손을 주셨습니다.
온 세상 모든 피조물을
정성껏 어루만져 주라고.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튼튼한 발을 주셨습니다.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힘차게 달려가라고.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속 깊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온 세상 모든 피조물과
따스한 내면의 대화를 나누라고.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거룩한 사명을 주셨습니다.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오늘 하루 함께 하는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을 아낌없이 나누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