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1일 오후 08:38
<빛바라기>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2014. 12. 31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요한 1,1-18 (머리글)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빛바라기>
오늘은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이면서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하루 올해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알뜰하게 맞이하고픈 아름다운 욕심마저 내려놓고, 모처럼 밤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롭고 소박하게 가는 해와 오는 해 가운데 머물러 보시기를 벗님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떠있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이 어둠은 별빛을 가리어, 처음에는 우리 눈에 그저 캄캄한 하늘만 보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밤하늘에 고정시키고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어느새 하나 둘 별들이 쏟아내는 빛이 우리에게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밤하늘에 포근히 안깁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밤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후 기다리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사실 별들은 우리가 보든 보지 못하든 언제나 제 자리에서 아름다운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 빛을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 라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빛이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은 마치 밤하늘 별보기와 같습니다. 예수님께 우리의 마음을 향하게 하고 예수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어둠이 걷히기를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현실 안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인간적 욕망이라는 어둠이 걷히면 처음에는 우리 안에 희미하게 자리하던 예수님의 빛은 점점 밝게 빛나 마침내 우리의 삶 전체를 비추게 될 것입니다.
모두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고 합니다. 우리는 발밑에 깔린 무수히 많은 삶의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땅만 보며 보냈는지 모릅니다. 걸림돌을 피해갈 수는 있었겠지만 하늘의 별들을 품에 안는 기쁨은 우리에게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가끔씩 하늘을, 그것도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답고 찬란한 별빛을 보기 위해서는 태양이 훤히 비치는 대낮의 하늘이 아니라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올 한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고단한 삶의 여정 가운데에서 우리를 비추는 참 빛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어둠을 사르는 빛나는 삶을 이루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