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2015년 1월 3일 오후 02:02

별osb 2015. 1. 3. 14:02

<첫 번째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를 봉헌하며>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2015. 01. 03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

루카 2,15ㄴ-19 (목자가 예수님을 뵙다)

그때에 목자들은 서로 말하였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그리고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첫 번째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를 봉헌하며>

밤새 들판에서 찬이슬 맞으며 양떼를 돌보던
초췌한 몰골의 가난한 목자들이
가축 먹이통에 누워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가난한 아기를 보러 갑니다.

어찌 갓난아기가 포근한 이부자리가 아니라
구유 위 거친 지푸라기에 누웠을까 측은한 마음으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가
주 그리스도, 구원자라는 천사의 말에 호기심으로,
정녕 천사의 말처럼
엄청난 재물도 막강한 권력도 없는 보잘것없는 부모 잘못만난
불쌍한 아기가 구세주이기를 바라는 실 날 같은 희망으로

꿈을 빼앗아간 고단한 삶에 지치고,
사람 취급하지 않는 뭇사람들의 업신여김에 지치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함을 인정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지친
목자들이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만납니다.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동안의 피로와 고통을 말끔히 씻은 듯이
목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랑하듯 큰소리로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떠들어댑니다.

이에 답하듯이 목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이내 놀라움에 환호하고
당장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 듯 감격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난할 수밖에 없는 마리아는
그러나 여전히 가엾은 아기의 어머니일 수밖에 없는 성모님은
그저 의연하게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

제 자리 찾아 돌아가는 목자들은
과연 누구를 보았을까요.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요.

아무 것도 모르고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에게서
차분히 모든 것을 마음 깊이 새기는 어머니에게로,
아기를 낳기 전부터 아기의 마지막까지
아기의 모든 것을 품은 어머니에게서
부활을 향한 처참한 십자가를 질 구원자 아기에게로
자연스레 흐르는 목자들의 시선을 느껴봅니다.

첫 번째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를 봉헌하며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과 함께
제 시선을 목자들의 시선에 더하고 싶습니다.

성모님을 통해서 예수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온 삶을 봉헌했던 성모님을
몸과 마음으로 닮는 만큼
예수님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기고
예수님으로 우리 자신을 온전히 채우며
예수님을 더욱 철저히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