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2015년 1월 18일 오전 12:09

별osb 2015. 1. 18. 00:10


<행복한 사람들>

2015. 01. 16 연중 제1주간 금요일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마르코 2,1-12 (중풍 병자를 고치시다)


며칠 뒤에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으로 들어가셨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셨다.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내려 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율법 학자 몇 사람이 거기에 앉아 있다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그들이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신 영으로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러자 그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행복한 사람들>

어느 집에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기쁜 소식을 듣고 진정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빼곡히 모였습니다. 아마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행복에 젖어들었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제 한 몸 가눌 수 없는 볼품없는 한 사람이 들것에 실린 채 지붕을 뚫고 내려와 자리합니다. 지붕 위에는 구슬땀 흘리면 조심스럽게 들것을 내리는 네 사람이 힘든 자세로 버티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당연히 들것에 누워있는 사람과 그를 내려 보내는 사람들에게 향합니다.

낯설고 기이한 이 장면 속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참으로 행복했던 사람들, 바로 중풍병자와 그를 예수님께 데려온 네 사람의 친구들, 그리고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하고 싶습니다.

중풍병자는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율법 학자들의 거센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으셨던 예수님 덕분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풍병자는 손발이 되어준 네 사람의 친구 덕분에 죄를 용서받기 이전에도 이미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자신의 허물을 벗기는커녕 예수님께 다가갈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중풍병자의 친구들은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친구의 치유라는 자신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친구를 낫게 해주시리라는 믿음이 소중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소망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믿음이 받아들여지기 전에도,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제 몸처럼 돌보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였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시선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고 친구를 내려 보내는 무모함을 감수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한 사람이셨습니다. 율법 학자들의 비난을 잠재우는 큰 사랑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중풍병자와 친구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분명 다섯이었겠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하나의 마음, 하나의 몸, 하나의 믿음, 하나의 소망, 하나의 사랑을 가진 갈림 없는 단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중풍병자가 아니라 그를 데리고 온 친구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처음부터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 온갖 우상숭배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갈라선 사람들이 다시 하느님과 하나 되며, 탐욕과 이기심으로 갈라진 이들이 다시금 사랑으로 하나 되는 하느님나라가 이미 그들 안에 있었습니다. 비록 중풍병자와 네 사람의 친구들이 하느님나라를 몰랐다 하더라도,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예수님께로 향하는 그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이미 한마음 한 몸이었던 다섯 사람은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예수님과 하나가 되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참 행복을 누립니다.

이제 우리가 예수님, 중풍병자, 그리고 친구들의 자리에 함께 함으로써 행복해질 차례입니다. 믿음의 벗님들 모두 오늘 하루 이 행복을 맘껏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