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2015년 1월 18일 오전 01:07

별osb 2015. 1. 18. 01:07


누가 쿠아티 로스를 죽였는가 / 정한용

1
아가야 편히 잠들거라
서릿발로 갈라지는 찬 겨울 하늘에
내 젖가슴을 내어주마
담요 한 장으로 네 영혼을 데울 수만 있다면
언젠가 우리의 새 땅에 봄날 오면
내 무덤 위에도 따뜻한 바람 불어와
나뭇가지를 살며시 흔들겠지
축복의 무지개 걸어주겠지


2
로스 추장은 체로키 족을 이끌고 눈보라 무섭게 몰아치는 11월 17일 아침, 눈물의 행진을 시작했다. 발을 구르며 울어대던 아이들, 신발도 없어 손발은 꽁꽁 얼어붙었다. 마차바퀴는 진흙구덩이에 박히고 길은 더뎠다. 밤이 되면 텐트를 치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마차에서 뜬눈을 새웠다. 낮이 되면 굶주림을 잊으려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쪽으로, 서쪽으로 힘겨운 걸음을 옮겼다. 미시시피 강과 북쪽 비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끔찍한 여정이었다. 스모키 산의 리틀록에 이르던 2월 1일 밤, 로스 부인은 폐렴에 걸린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담요를 덮어주고, 그리고 그녀는 먼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 표시도 없는 무덤에 잠들었다.

인디언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앤드류 잭슨은 미국 대통령이 된 뒤 인디언을 버렸다. 체로키 족이 살던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자 백인들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협약을 체결하여, 그들의 땅을 백인에게 양도하고 오클라호마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추방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윈필드 스코드 장군의 지휘 아래 체로키 족은 13개 그룹으로 나뉘어 강제로 쫓겨났다. 1837년 가을에 시작하여 이듬 해 여름에 끝난 1,800마일에 걸친 ‘눈물의 행진’에서 체로키 인디언 15,000여 명 중 4,000여 명이 사망했다. 존 로스 추장은 보호구역에 도착한 후에도 그 부족의 지도자가 되었고, 이 이야기는 체로키 족을 몰고 갔던, 한 양심 있는 백인 병사에 의해 후세에 전해졌다.

3
당신은 먼저 떠났지요
바위 아래 작은 틈을 만들어 당신을 묻던 날
하늘은 흐리고 눈비가 날렸지요
누가 당신을 생의 저편으로 밀어냈는지
우리 체로키는 확인했고 피 묻은 영혼으로 기억할 겁니다
당신 눈물 진 자리마다 흰 장미 피어날 때
무덤마다 환한 빛 가득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