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8일 오후 10:55
<그들이 무엇을 보았기에>
2015. 01. 18 연중 제2주일 (나해)
요한 1,35-42 (첫 제자들)
그때에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그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라삐’는 번역하면 ‘스승님’이라는 말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그가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자, 예수님께서 시몬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 ‘케파’는 ‘베드로’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그들이 무엇을 보았기에>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스승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호의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무엇을 찾느냐?” “라삐, 어디에 묶고 계십니까?” 그들의 물음은 조금 의외입니다. “라빠, 당신은 진정 누구십니까?”라면 모를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와서 보아라.” 라고.
어쨌든 요한의 두 제자와 예수님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참으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요한의 제자들은 그 짧은 시간의 만남 후에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사도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안드레아, 그러나 당시에는 어느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 가난한 어부, 무지렁이 같은 촌사람이었던 안드레아, 과연 그는 무엇을 보았기에 자신의 형 시몬에게 달려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그러니 예수님께 함께 가자고 이끌 수 있었을까요.
자신을 가난에서 구해 줄 엄청난 보화를 보았을까, 촌사람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명예를 보았을까, 알 수 없습니다. 허나 분명히 무엇을 보았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자신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무엇을, 감히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무엇을, 삶을 완전히 뒤바꾸게 하는 무엇을 보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안드레아가 본 것이 어쩌면 소박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주눅 들지 않고 함께 먹고 즐기며 맘껏 소리 지르며 삶의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병든 사람이 내팽겨 쳐지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환대를 받는 모습을, 너 나 할 것 없이 편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그래서 자연스레 하느님을 향한 찬미와 감사가 우러나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음직한, 아니 있어야만 하는 그런 아름다운 정경, 그러나 좀처럼 찾기 어려운 그런 소박한 삶의 정경을 말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인 세상을 말입니다.
분명히 안드레아는 변했습니다. 예수님은 유창한 언변이나 과장된 행동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당신의 삶을, 당신의 삶의 현장을 보여 주셨을 뿐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도 제2, 제3의 안드레아가 있습니다. 단순히 선교의 대상, 예비 신자 입교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이나 생색내기식의 자선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예수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를 보고 그들은 삶의 참된 의미를, 빼앗긴 기쁨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까요.
※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봅니까?
※ 그리스도인으로서 과연 무엇을 보여 주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