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 일본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

별osb 2016. 6. 12. 17:06

너무 아름답고 순수한 시?
- 일본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거야

- 시바타 도요는 올해 100세 할머니이다.
도요가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첫 시집 '약해 지지마'를 출판 100만부가 돌파되어
지금 일본열도를 감동 시키고 있다.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면서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지금 초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사람들에게
그리고 미국에도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