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가톨릭의 성경 언어 차이/ 주원준- 한님 성서연구소
질문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세요. 성경 언어에 대해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아 이곳에 찾아와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톨릭과 개신교 성경이 한국말로 번역되었는데, 서로 쓰이는 용어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개신교에서는 《제1에스드라서》《제2에스드라서 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가톨릭에서 에즈라기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또, 개신교에서 에스델 서가 우리 가톨릭에서는 에스테르기로 구분되어 있는데, 왜 이러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2. 개신교성경과 가톨릭 성경 내용상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신교 성경이 말씀이 어려운 단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왜인지도 궁금합니다.
3. 집회서에 보면 기울어진 글씨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글씨들이 왜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첫번째 질문은, 본디 그리스도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에, 일부 고유명사가 중국 한문의 영향을 받아 그리된 것이라고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16세기 이후 예수회,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등은 중국 등 아시아 선교에 열심이셨죠. 그들은 서양말 고유명사를 한문으로 번역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를 야소(耶蘇)로, 바오로를 보록(保祿)으로 '음역'하거나 크리소스토무스를 금구(金口)로 '의역'했습니다. 성경의 용어도 이런 식으로 옮겨서 '탈출기'를 '출애급기'로 옮기는 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당시 한문에 능했기 때문에 이런 중국어 책들을 읽고 그대로 썼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에 소개된 성경이라면 포르투갈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디아즈(Diaz)가 1636년 북경에서 출판한 『성경직해 聖經直解』를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최창현 등에 의해 일부가 한글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번역과정에서 한문투의 고유명사가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졌습니다. 야소, 보록 등을 그대로 우리말로 쓴 것이죠.
개신교의 경우는 1882년 중국 심양과 1885년 일본 요코하마 등에서 성경을 번역했는데, 이 때 중국어로 옮긴 고유명사와 일본식 한자어로 옮긴 고유명사가 섞여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구한말까지 우리나라에는 한자에 익숙한 분들이 많아서, 개신교나 천주교를 막론하고 우리가 직접 서양말을 한자어로 옮겨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영어 Helen이란 이름을 활란(活蘭)으로 옮기는 식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한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고유명사를 적어도 100-150년을 썼기 때문에, 우리나라 신자들이 이런식의 고유명사에 익숙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해방이후 이런 고유명사를 아무런 문제 없이 교회에서 그대로 썼습니다.
하지만 점차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살려 고유명사를 우리식으로 음역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기운이 높아져서 1977년도에 완간된 공동번역 성경을 기점으로 대폭적으로 용어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개신교 등에서는 '용어의 혼란'과 '익숙함'을 들어, 과거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예 공동번역 성경을 쓰지 않고, 과거의 '관주성경'을 쓰는 교회는 19세기의 용어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경언어의 본래 음을 우리 한글로 어떻게 옮길 것이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것처럼 성경 각 책의 이름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가톨릭의 에즈라기는 개신교의 에스라기이고, 가톨릭의 에스테르기는 개신교의 에스더기이고, 가톨릭의 에제키엘서는 개신교의 에스겔서입니다. 대체로 가톨릭의 용어가 우리말의 장점을 살려 직역하는데 과감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개신교의 용어가 19세기의 관습을 따르는 모양새입니다.
참고고, 언급하신 제1에즈라서와 제2에즈라서는 대중말 라틴어 성경(Vulgata)에서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둘째 질문은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참조하시면 답이 될 것 같습니다. 개신교 '관주성경'은 19세기의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쓰지 않는 용어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런 용어는 대체로 한자어들인데, '통치'나 '다스림'을 의미하는 '치리'(治理)나, '재판관'이나 '통치자'를 의미하는 '사사'(士師)등의 용어 등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예수 가라사대' 하는 식의 옛 말투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개신교 성경으로는 비교적 최근에 새로 번역한 '표준새번역'이 좋습니다. 가톨릭의 '성경'처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말로 매끄럽게 번역했습니다. 다만 일부 고유명사는 아직도 19세기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셋째 질문은 집회서의 히브리어 본문과 그리스어 본문의 차이를 드러내려고 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회서의 히브리어 원본은 아쉽게도 소실되었고, 번역본인 그리스어 역본만 전승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본디 히브리어로 쓰여진 것인지 그리스어로 쓰여진 것인지가 큰 논쟁거리였습니다. 그런 논쟁 때문에 루터 등 종교개혁가들은 이 책을 구약성경에서 삭제했고, 개신교에서는 지금도 구약성경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3-16장, 18-36장의 일부 히브리어 본문이 발견되었고, 그 이후에도 일부 본문이 조금씩 발견되어, 현재 대략 68% 정도의 히브리어 원본이 있습니다. 그래서 본디 히브리어 본문을 우리말 성경에서는 바른 글씨로 옮기고, 히브리어 본문에는 없지만 우리에게 전승된 그리스어로 된 본문을 기울인 글씨로 옮기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주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