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2015년 1월 14일 오후 09:28

별osb 2015. 1. 14. 21:29

<예수님의 하루, 그리스도인의 하루>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2015. 01. 14 연중 제1주간 수요일

마르코 1,29-39 (시몬의 병든 장모와 많은 병자를 고치시다, 전도 여행을 떠나시다)

그 무렵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나오시어,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어서,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시몬과 그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그분을 만나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예수님의 하루, 그리스도인의 하루>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자취를 더듬다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이 저에게는 그런 대목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영화감독이었다면, ‘예수님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픈 내용입니다.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말끔히 쫓아내신 예수님께서는 지체하지 않으시고, 제자들과 함께 시몬의 장모를 찾아가 열병을 앓던 그에게 손을 내미십니다. 예수님 손에 가득한 부드러운 온기를 스크린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봅니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치열했던 하루의 삶을 뒤로하고 꿀맛 같은 쉼에 젖어들 저녁입니다. 아픈 이들, 마귀 들린 이들,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 오갈 데 없는 이들이 예수님께 밀려듭니다. 예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 정겹게 눈을 맞추고 정성껏 품에 안으십니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말할 수 없는 행복에 젖어 있는 예수님의 얼굴과, 힘겨운 이 생기 돋우는 예수님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세상이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하루를 여십니다. 예수님께서 외딴곳에서 아버지와, 어제 만난 사람들과 나누었던 기쁨과 안타까움과 보람에 대해서, 오늘 함께 할 사람들에 대한 설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십니다. 조용히 하느님 아버지의 숨소리에 맞춰 새날을 맞는 긴 호흡을 하십니다. 고요 속의 아버지 하느님과 아드님 예수님의 하나 됨의 친교를 인간적으로 표현하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생기 가득한 정적을 깨고 제자들이 예수님을 부릅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정하게 말씀하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이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나누었던 낯익은 이들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십니다. 이렇게 또 예수님의 하루가 이어집니다. 이제 ‘예수님의 하루’에 ‘우리의 하루’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길 떠나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길 떠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루를 말입니다.

낯선 이들을 찾아 낯선 곳으로 떠나는 발걸음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낯선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둥지를 트고 너나없이 부대낄 수 있을 때까지는 외로움도 감수해야 하고 숨 막힐 것 같은 답답함도 웃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은 쉼 없이 낯선 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사랑을 가득히 받아 안고 희망 가득 실은 힘찬 발걸음으로 아직은 낯선 이들의 삶의 자리 구석구석 찾아갑니다. 그리스도인은 기쁨을 목말라 하는 슬픈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희망에 주린 절망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빛을 나누기 위해 쉼 없이 길을 떠납니다. 가슴 깊이 박힌 삶의 응어리 녹여주고 온갖 우상으로 찢겨진 마음 보듬어, 함께 하는 이들의 환한 얼굴 다시 보게 되는 날, 그들의 기쁨과 희망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라고 격려하며, 그리스도인은 또다시 애타게 기다리는 낯선 이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이렇듯 함께 하는 이들에게 모두 다 퍼주고, 때가 되면 작별인사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며 쉽지 않은 길을 떠나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부르심 받은 또 하나의 작은 그리스도로서 언제까지나 길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들, 오늘 하루 예수님을 곱게 모시고 여러분을 기다리는 벗들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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