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페북에서 퍼온 글

별osb 2016. 4. 4. 19:43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2016년 04월 04일) 프라 안젤리꼬의 ‘수태고지’ / 인영균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프라 안젤리꼬(Fra Angelico)가 그린 ‘수태고지’를 잊을 수 없습니다. 눈을 한참 동안 뗄 수 없었습니다. 작품 앞에 앉아 조용히 바라봤습니다. 넋이 빠진 사람처럼 그림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 섬세한 붓질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깔이 하느님의 신비 속에 잠기게 했습니다. 신앙인만이 그릴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 말씀, 곧 성경이었습니다.


프란 안젤리꼬는 구약의 신비와 신약의 신비를 한 눈에 보게 합니다. 작품 왼편에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화와가 천상 낙원(에덴)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교만의 악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한 인간들을 상징합니다. 이들에겐 눈물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거부하지만 하느님은 인간을 거부하지 않으십니다. 이들에게 옷을 입혀주십니다. 이는 하느님의 보호를 상징합니다. 옛 화와는 새로운 화와 안에서 구원을 받습니다. 신약의 화와가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이제 그림 오른편 장면으로 가봅시다. 공간 배치가 눈에 띕니다. 마리아는 회랑에 겸손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마리아 왼쪽에 집 내부가 보입니다. 집 내부는 ‘인간 세상’을 말합니다. 반면에 회랑은 천상 세계와 인간 세계의 중간에 있습니다. 그래서 회랑은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 만나는 공간을 상징합니다. 천사는 하느님 말씀을 전달하는 존재입니다. 천사의 날개 끝과 옷자락 끝이 회랑 바깥에 나와 있습니다. 회랑 외부는 에덴 곧 천상 세계입니다. 이는 곧 천상 세계의 존재가 사람을 만나러 중간 공간에 와 있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의 위대한 힘을 상징하는 손이 에덴 윗쪽에 보입니다. 이 손이 새로운 창조를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빛이 마리아께 도달합니다. 빛살 안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보입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5). 가브리엘 천사의 입에서는 인사말이 흘러나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성모님의 푸른 망토는 ‘동정성’을 상징합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동정녀)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 마리아의 자세에서 ‘겸손한 여종’의 모습이 보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더 나아가 성모님은 황금색 비단으로 된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이는 여왕의 옥좌입니다. 마리아는 동정녀이시며 동시에 ‘여왕’이심을 드러냅니다. 또 한편 마리아의 무릎에는 책이 놓여 있습니다. 이 책은 성서입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말씀을 묵상하는 ‘기도하는 여인’이십니다.

회랑을 지탱하는 쇠막대에 제비가 한 중간에 앉아 있습니다. 제비는 봄의 전령입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 봄의 시작인 3월 25일에 옵니다. 그래서 제비는 성탄 대축일 9달 전인 3월 25일을 상징합니다. 올해는 부활이 빨라서 4월 4일로 늦추어 경축합니다. 제비 위 회랑 벽면에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당신 아드님의 잉태 사건을 자비로운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그림 하나에서 오늘 축일을 묵상합니다. 성모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섭리에 순종하는 마리아 안에서 우리의 구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묵주를 손에 들고 고백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