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2015년 1월 3일 오전 12:29

별osb 2015. 1. 3. 00:29

<세례자 요한과 우리>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2015. 01. 03 주님 공현 전 토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요한 1,29-34 (하느님의 어린양)

그때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하고 내가 전에 말한 분이시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준 것은,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한은 또 증언하였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세례자 요한과 우리>

오늘은 주님 공현 전 토요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예수님께서 몸소 당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시기 전에, 예수님보다 한 발 앞서 사람 사는 세상에 들어와 예수님을 힘차게 증언한 세례자 요한을 만납니다.

세례자 요한의 증언에서 단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청중을 압도할만한 특별한 힘을 느낍니다. 이 힘은 세례자 요한의 체험에서 기인합니다. 자신을 따르려는 이들에게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뒤에 오신 분을 따르라는 것이 인간적으로는 쉽지 않았을 텐데, 세례자 요한에게는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믿음이 진리로 드러났을 때의 기쁨과 자신의 발언이 정당하게 판명되었을 때의 당당함만이 넘쳐날 뿐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분명 예수님과의 만남이었을 것입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자신의 온 삶을 걸었던 유일한 희망이 현실화되는 사건이 바로 예수님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지만, 삶의 유일한 희망이 실현되는 것을 생전에 목격할 수 있었기에, 세례자 요한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도 미처 몰랐던 것을 하느님께서 몸소 알려주셨기에, 세례자 요한은 어느 누구보다 주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자신을 맡겼기에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세례자 요한은 어느 누구보다 믿음의 사람이요 주님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알아본 후에 자신이 목격한 것을 주저 없이 선포하였던 세례자 요한은 어두움에 휩싸여 길을 잃고 헤매던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자리에 믿음의 벗님들과 저를 놓고 싶습니다.

인간적으로 끌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에 믿지 않는 이들의 눈에는 안쓰럽게, 아니 불행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함께 하기에,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연 매 순간 이 행복에 감사드리며 살고 있는지, 아니 그 전에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유일한 희망으로 매 순간 고백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찾기 전에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셨기에 우리는 주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에 얼마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는지, 주님의 부르심이 있기 전에 우리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라는 교만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지금여기에 있기에 우리는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응답이 참으로 순수한 것이었는지, 때때로 인간적인 욕망과 권위, 타인에 대한 의식 등이 우리의 응답을 더럽히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려 했고, 이 땅의 복음화, 생명 살림, 정의와 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일해 왔기에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연 조건 없이 불이익과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두려움 없이 사랑을 실천했는지, 때때로 영혼과 육신의 고통이 두려워 입을 막고 눈을 가렸고, 우리의 안락함을 위해 이웃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이 물음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스스로가 자랑스럽습니까? 아니면 부끄럽습니까? 주님께서 우리를 오늘의 세례자 요한으로 삼고자 하십니다. 이제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