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스크랩] 2015. 01. 22 연중 제2주간 목요일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별osb 2015. 1. 23. 20:17

<왜 물러나십니까?>

2015. 01. 22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마르코 3,7-12 (군중이 호숫가로 모여들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왜 물러나십니까?>

당신을 잡아 죽이려고 달려드는 강도들도 아니고, 시비를 걸어오는 바리사이들도 아닌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오는 무수한 사람들을 피하시려고 하십니다. 이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고통에 신음하는 민중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더러운 영에 시달리던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왜 이들을 피하시려고 하셨을까요? 이들이 귀찮아서 일까요? 더 이상 당신의 일을 계속하다가는 신변에 위험이 생길까봐 두려워서 일까요? 당신의 일에 대해 의문과 회의가 생겨서 일까요? 아니면 심신이 몹시 피곤하였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보다 완전하고 참된 만남을 위해서 예수님과 군중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만나려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기적들은 사람들을 끌기에 충분하였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모여들었습니다. 분명 이들은 예수님께 끌려서 왔지만, 자칫 예수님께서 행하신 외적인 일에만 현혹되어 예수님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로 인해 헛된 만남을 이룰 위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진실하게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피신은 당신께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나 회피가 아니라, 참된 사랑의 배려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사랑을 떠올리며 썼던 묵상 글 한 편을 벗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물러섬>

당신의 이름을 외치는 열광적인 군중의 함성 가운데에도,
당신으로 말미암아 새 삶을 찾은 이들의 칭송 가운데에도,
당신 때문에 욕망이 좌절된 어리석은 이들의 한탄 가운데에도,
당신은 자리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이들이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하는 그 곳,
모든 이들이 앉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자리,
당신은 그 자리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이를 죽여야 하는 모순 한 가운데에
생명이신 당신은 자리할 수 없었습니다.

서로 옳다 외쳐대는 거짓투성이 한 가운데에
진리이신 당신은 자리할 수 없었습니다.

서로 이기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 아수라장 한 가운데에
십자가 넘어 부활의 월계관을 쓰신 당신은 자리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소박한 작은 자리,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보이지 않는 자리,
하느님 모상인 사람이 온전히 새로이 태어나는 자리,
당신이 원하신 곳이었습니다.

당신을 연호하는 군중들의 함성 뒤로,
당신을 권좌로 초대하려는 군중들의 움직임 뒤로,
당신은 물러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당신의 자리에 머무셨습니다.

그러나 오늘 많은 이들이
당신의 이름으로 권력을 얻으려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욕망을 채우려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하느님과 사람을 갈라 세웁니다.

가슴 시리게 당신의 아름다운 물러섬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세상 사람들과 경쟁하듯
헛된 것을 추구했던 어리석음을 깨닫고
당신 따라 아름답게 물러설 수 있기를 다짐하는 오늘입니다.

아무리 열심인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예수님께서 자신에게서 멀리 떠나 가버리셨다는 불안한 체험을 하고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이 ‘과연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가고 있는지, 예수님께로부터 원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성찰하라고, 주님께서 베푸신 은총의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모두, 주님의 등을 본 순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의 넓은 가슴을 떠올리며 잠시 등 돌린 주님의 뜻을 헤아리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매일 거듭 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 안산 와동 일치의 모후 성당
글쓴이 : 별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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