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스크랩] <너를 허물고 나를 세우리라> 2014. 11. 25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상지종신부님 복음묵상

별osb 2014. 11. 25. 09:20

<너를 허물고 나를 세우리라>

2014. 11. 25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루카 21,5-11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시다, 재난의 시작)

그때에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너를 허물고 나를 세우리라>

살다보면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이루어낸 일에 대해서 내심 뿌듯하게 생각하며 자족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도가 지나쳐 이런 것들에 집착하거나 자만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외적으로 드러난 것에만 눈길을 보낼 때,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자신, 자신의 공동체, 그리고 자신이 이루어낸 일들, 이 모두를 하느님의 뜻에 비추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겉으로 그럴듯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그 안에 주님의 뜻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것은 이내 허물어지고 말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신앙인들이, 아니 어쩌면 많은 순간 바로 제가,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와 자신의 일을 주님의 뜻으로 채우기 보다는, 인간적인 욕심과 명예, 알량한 자존심과 하찮은 지식으로 채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것도 주님의 뜻을 이룬다는 미명하에 말입니다. 더 나아가 교회를 하나의 이익집단이나 사교집단 쯤으로 여기는 신앙인들이, 교회 공동체 전체나 다른 신앙인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만을 절대화시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조금만 더 예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면, 자신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참된 신앙인으로서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물론 비록 잘못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자신 안에 쌓아 온 여러 가지 것들을 떨쳐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잘못된 생각이나 관점들도 오랫동안 자신 안에 묵혀 있으면 옳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의 뜻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상반되는 인간적인 뜻도, 이기심에 눈이 먼 자신에 의해,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잘못된 전통에 의해 주님의 뜻으로 둔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때로 참된 신앙의 삶 대신에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한 이기적인 인간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바라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자신이 쌓아놓은 헛된 아성에 집착하여, 다른 신앙인들과 교회 공동체 전체를, 그리고 모두 함께 일구어가야 할 주님의 일을 돌보지 못하는 미성숙한 신앙인들이 참 신앙을 되찾게 되리라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주님께서 분명히 이 일을 이루시겠다는 약속으로 다가옵니다. 그러기에 비록 신앙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부정적인 모습들 가운데에서 새로운 희망을 봅니다.

자신을 버려야 하는 인간적인 아픔을 겪어야만 하겠지만, 제 안에서 먼저 이 일을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보시기에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이들 안에서, 이 일을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헛된 욕망으로 세워진 나를, 우리를, 우리의 공동체를 허물고, 주님께서 몸소 당신으로 나를, 우리를, 우리의 공동체를 채워주시고 새롭게 세워주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모두, 오늘 하루 부족한 사제의 간절한 기도에 함께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 안산 와동 일치의 모후 성당
글쓴이 : 별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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